main
이름: 대종회
2007/6/15(금)
향사참례기  

고창향사 답사기

   - 고창 3세 구연(具珚) 할아버님 춘계시향을 다녀와서 -

                                                                                                                                          손부 허정분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선조들이 묻힌 묘 터의 혈을 보며 명당자리인지를 가려내어 후대에까지 가문의 발복을 기원하는 풍습을 숭상해 왔다. 그러기에 풍수지리에 뛰어난 지관을 모셔다 부모님의 산소를 쓰고 자신의 가묘 터를 잡아두는 등 한 집안의 출세나 영화가 조상님의 음덕으로 알았다.

 

조상에 대한 극진한 예를 갖추어 제사를 모시며 몇 백 평 잘 가꾼 산소를 보더라도 저절로 그 집안의 번창함을 보는 듯 부러워한다. 그러나 이 복잡다단한 시대에 자신의 뿌리 찾기는 웬만한 정성 없이는 겨우 선대 몇 대까지만 알고 마는 정도의 사람들이 대다수 이지만 근본 있는 집안의 씨족들은 아직도 그 세를 과시하고 성씨로 반상의 기준을 삼는 척도여서 ㅇㅇㅇ씨 대종회거나 혹은 지역 종회, 지부 등의 간판을 건 문중들의 사무실이 각 시군마다 건재하며 그 집안 씨족들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장소로 활용된다.

 

구존유 할아버님을 시조로 모신 내 남편과 아이들의 근본인 능성구씨가 이렇게 번족한 문중인 것은 결혼을 하고 알았다. 그때 만해도 열미리에는 타 성씨라곤 몇 집뿐이었다. 60여 호가 전부 능성구씨 문패를 단 집성촌 대 문중이었다. 아버님은 유독 가문에 대한 집착이 강하셨고 양반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마을 능안이라고 불리는 야트막한 뒷산에는 조선시대 (세조12년) 영의정을 지내신 9세 충렬공 구치관 할아버님의 봉분이 마을을 굽어보고 계셨는데 그 묘소 아래 크고 작은 산소들이 즐비했다. 마을에는 구씨 문중을 받들던 상민들도 함께 살아서 아버님을 늘 샌님으로 불러드렸다.

 

강원도 홍천읍내의 피난민들과 섞여 살아온 친정 동네는 각종 성씨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시댁 마을의 풍습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지만 양반 가문의 풍습은 늘 긴장과 우월감을 동시에 맛보게 했다. 그러나 시조 할아버님과 영의정 할아버님의 명성 정도만 알고 그 뿌리의 혈맥을 찾기란 대단히 광범위하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정확한 가문의 내력을 알려주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이 마을에 몇 백 년을 이어온 대 종손 집안(구교운 씨)처럼 구씨들이 대대로 살아오는 터전이라는 것과 인근 근동이나 외지에서 남편이 능성구씨라고 하면 양반가문이라는 부러움을 받는 행운을 누렸을 정도였다. 문중 어른 중에도 강직하고 올곧기가 대쪽으로 소문난 직서 할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에는 선조들의 유적을 돌보시는 마음이 각별하셔서 문중 종산 아래 선조들이 세워 논 백인대 정자가 낡고 허물어지자 새롭게 보수하심은 물론 시제 차림이나 양반 가문의 예의 범절에 어긋남이 있으면 불호령을 하셔서라도 바로잡으셨다.

 

광주 일대의 행세하던 문중들에게도 직서 할아버님은 존경의 인물이셨다. 능성구씨 대종회의 부흥을 위해 애쓰시던 어른이기도 하셨다. 구존유 시조 할아버님에 의해 뿌리를 내린 육백여 년이 넘는 혈족들의 가계도를 정리한 족보가 몇 번의 증보판을 거쳐 우리 아이들 이름까지 올라간 능성구씨 세보가 발간되었다.

 

아이들은 서재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검은 정장의 무게에 질리는 걸까 대중적인 문화와 컴퓨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족보는 뿌리가 있다는 정도의 자긍심으로 만족하는 먼 과거다. 나도 처음으로 문중(별좌공)의 시제를 지내보고야 알았다. 조상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미래도 우리들의 삶과 영원히 함께 하시는 영혼이라는 것을... 광주시 종회에서 전북 고창으로 3세 할아버님의 춘계향사에 참배키로 했다고 종회에 참석했던 남편이 함께 가길 권했다.

 

4월 8일 이른 새벽 열미리에서 출발한 버스 안에는 한 핏줄로 대물림한 40여 명이 넘는 종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고창을 향해 달리는 길이다. 한 가족이 몽땅 참석한 종인은 박수 세례를 받았으며 멀리 양평에서 새벽에 차량을 달려 온 종인 등 뿌리의 괘적을 찾아 떠나는 종인들이 한집안 식구처럼 인사를 나누며 정겨웠다.

 

구이모(具利謨) 회장님은 광주시 종회가 창립된 지 14년이 되었으며 뜻 깊은 선조들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연례행사를 해마다 갖겠다는 인사말을 했다. 경기도 종회장님인 교운(敎雲) 씨도 광주시가 도종회의 중심이 되어 많은 종사 일을 함께 하는 것에 고마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도 가문의 반석을 다지는 모든 일에 앞서자고 인사를 했다.

 

광주시 의회의원인 효서(孝書) 씨도 선조님들의 시제를 참배하는데 의미를 두고 구씨 가문의 결속을 다지는 각종 일에 앞서겠다는 약속을 했다. 화창한 봄날의 새벽을 가르며 달리는 차창 밖으론 만개한 벚꽃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심심찮게 연출했다. 임원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각자 종인들의 소개가 있었고 향사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을 했지만 어느덧 버스는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마을에 도착했다.

 

이미 각 지역에서 대절해온 다섯 대의 버스와 자가용이 즐비해 문중의 위상이 전향적 농촌마을의 고요함을 깨는 대단위의 경모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산역, 수령을 알 수 없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하게 산소 주변을 감싼 묘역에서 검은 양복의 수 백 명의 후손들이 마이크를 잡은 집사의 안내에 따라 공손히 절을 올렸다.

 

망건을 쓰고 도포를 입은 제관들이 잔을 올리고 “고려 안동면 도감판관 문하좌정승 면성부원군 능성구공 연(珚) 할아버님과 면천 한씨 할머님께 꽃피는 봄이 오면 경모하는 마음 간절하여 정성껏 제사를 올리오니 흠향하소서” 하는 축문을 읊고 절을 올리는 제례 의식은 엄숙하면서도 장엄하였다.

 

예전 같으면 여성이 감히 향사에 절을 올릴 기회가 없었겠지만 동등하게 집안의 혈족을 이어가는 위치에서 절을 올리는 손부들이 많았다. 제사가 끝나고 음복술을 나누며 주변의 경관을 둘러본 후손들은 3세 할아버님의 산소가 그야말로 천하의 명당이라는 사실을 알기나 하셨는지... 지관들이 명당이라고 말하는 배산임수의 야트막한 산세에다 들녘과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세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한눈에 명당이라고 탄복할 만한 위치에 누워 계시니 문중이 발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북 3대 명당 산소 중의 한곳이라고 누군가 귀 띔해 주듯 할아버님의 산소는 인터넷에도 올라있는 곳이었다. 고창군의 특산품인 복분자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자리 잡은 30여 호쯤 되는 마을은 깨끗했으며 청정 농촌이었다. 중광재에서 점심을 먹으며 중광재의 건립과 연 할아버님의 산소에 얽힌 실화가 새겨진 안내문을 보니 할아버님 묘역의 명당자리가 다시금 후손들의 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점심을 끝낸 후손들이 정담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두고 갈 길이 먼 우리 일행은 버스에 올랐다. 내년에 전남 화순군의 시조 할아버님 춘계향사에 다시금 동참할 것을 약속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교운 충렬공 종손님의 조상님들의 족보와 뿌리 찾기에 대한 해박한 강의를 들으며 다시금 능성구문의 무한한 번영에 일조를 하는 것 같은 긍지로 즐거운 하루였다.

 

구자학 종인의 아내 : 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  너른고을문학회원

시집: <벌열미 사람들>, <우리 집 마당은 누가 주인일까>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짧은댓글이름첨부작성일조회
72   결혼   대종회   06/15-15:55  2708
71   인물동정   대종회   06/15-15:52  6337
70   향사참례기   대종회   06/15-15:41  4001
69   각급종회소식   대종회   06/15-15:32  3352
68   대종회 신년교례회 및 송년모임   대종회   02/20-16:20  646
67   신년사   대종회   02/20-13:36  2340
66   인물동정  1 대종회   02/20-13:23  3056
65   충렬공 탄생 600주년 기념 학술강연회 기조연설...   대종회   02/20-11:41  3394
64   충렬공 추모학술강연회  1 종중사무실   12/30-14:22  3149
63   각급종회   종중사무실   12/30-14:19  2930

 
처음 이전 다음       목록 쓰기

ⓒ Copyright 1999~   TECHNOTE-TOP / TECHNOTE.INC,

Copyright ⓒ2002 능성구씨대종회 All rights reserved.
Tel: (02) 742-6818  Fax: (02) 762-4049
 기획·제작:뿌리정보미디어 Tel (02) 716-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