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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허정분 (bom-ran@hanmail.net) (57 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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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으로 재현한 열미리느티나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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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으로 재현한 열미리 당산나무 제례의식

                                        허 정 분



 도시를 벗어난 시골마을에선 마을에 자리 잡은 큰 나무를 흔하게 보게 된다. 길게는 천년이 넘는 나이테를 감고 있는 거목에서 적어도 이삼백 년씩은 자란 몇 아름드리나무들이 마을의 당산나무로 숭배를 받는 곳이 많다. 주로 토착 원주민들이 마을을 이루는 곳이나 세거한 문중들이 집성촌을 이루는 마을에서 자주 보게 된다. 당산나무는 서낭당 역할도 겸하는데 마을의 평안과 주민들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장소로 그 주변은 신성시하며 마을 공동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제(祭)를 올리는 곳이 많다. 매년 제를 올리거나 또는 격년제로 실시하는 곳도 있는데 거의 공통된 기원은 마을주민들의 평안과 소원을 비는 장소로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근래 들어 이런 풍습은 미신 숭배라는 이유로 배격하거나 또는 아예 나무를 고사시키는 곳도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지켜 온 한이나 소망을 담아 기원한 아름다운 풍습을 재현한 마을이 있다. 광주시 실촌읍 하열미리 마을이다. 토착 원주민들은 거의 한 성씨로 이루어진 능성구씨(綾城具氏)로 지금도 한마을에 70여 호가 넘는 한 문중이 세거해 사는 마을이다.   

 열미리 느티나무도 수령이 560년이 넘는 노거수로 이곳에 입향한 구씨(具氏)문중과 영화를 같이한 당산나무다.

 구씨문중의 9세조인 충열공(忠烈公) 구치관(具致寬)께서 이곳 열미리에 부모님 묘소를 모신 후에 심었다는 유래가 전해오는 나무다. 조선조 뛰어난 충신이었던 충열공은 세종대에 벼슬길에 올라 4대 임금을 모시며 영의정 벼슬에 올랐음에도 별세 후에는 장례를 모실 비용이 없을 정도로 청렴한 정승이었다. 별세 후에 나라에서 장례비용을 대주고 삼일 동안 조례를 금할 정도로 임금이 아끼던 분이셨다. 그 후 이 마을을 나라에서 사패지로 하사한 후 구씨 문중이 득세한 마을이다.


(1)고사의 동기

 광주시 보호목 57호인 이 나무는 한창 전성기 시절에는 키가 20m가 넘고 둘레만도 5m가 넘는 거목으로 우람한 풍채를 지닌 노거수였다. 읍내에서도 이 노거수의 풍채를 보러 봄가을 소풍 때면 곤지암 초등학교 학생들이 열미리 백인대 앞 냇가로 소풍을 와서는 넓은 느티나무 그늘에서 놀다가는 장소였다고 한다. 문중의 노인들은 실촌읍 안거리로 통하는 길목에 있는 이 나무아래서 지나가는 길손에게 텃세를 과시하기도 하고 혹은 객지에 나가있는 자손들이 명절 때면 올 때를 기다리는 장소였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는 이 느티나무는 오랜 풍찬노숙의 세월을 견디는 동안 둘레 안으로 직경 2m가 넘는 동공이 생겼다. 마을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이 많이 입주하였고 마을회관과 노인정 등의 건립으로 동구 밖 도로변 정자나무 역할을 하던 느티나무는 더 이상의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마을의 존재를 알리는 이정표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30여 년 전 이 나무에서 나온 누런 황구렁이 한 마리가 도로를 가로질러 마을 앞산으로 옮겨 가는 게 주민들과 버스기사에 의해 목격되었다고 한다. 그 며칠 후 동공 안에 쌓인 낙엽에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나무의 온전한 형태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느티나무는 거의 고사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나무의 절반이상이 고사한 불길 속에서도 간신히 북쪽 가지들이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주민들과 광주시의 보호로 지주목을 세우고 링거주사를 놓고 동공을 채우는 보호를 한 결과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나무에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계기는 올해 열미리 마을에 뜻밖의 변고가 발생해 원주민들의 마음에 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성한 소문은 더 증폭되고 더 이상 이런 변고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주민들 간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여긴 마을 유지들은 방법을 의논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나무부근에 있던 충열공의 신도비를 문중이 작년에 묘소 옆으로 옮긴 일도 있고 하여서 주민들은 오래전에 모셨던 느티나무 고사를 올리기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이 마을 주민인 필자는 1990년도에 광주시에서 발간한 『광주군지(廣州郡誌)』에 열미리 느티나무가 구치관공이 심었다는 사실을 고증한 기록을 찾아내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사를 모셨던 어른들이 모두 작고한 터에 옛 풍습을 재현하기란 어려움이 많았다. 가정에서 지내는 고사는 치러 보았지만 살아있는 생목에 대한 고사상을 차린 것을 본 주민들도 전무했다. 이 마을 이장(구자학 65세)과 새마을지도자(구자원 52세)를 비롯하여 마을 원로들은 몇 차례 의논을 거듭하며 제례비용은 충열공 문중과 마을기금에서 나누기로 하고 제례방법은 광주문화원에 자문을 구하기로 하였다. 일회용 행사가 아니라 마을이 존재하고 전통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어갈 것을 명시하는 문헌을 작성하고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고사를 신성하게 지내되 축제처럼 볼거리가 되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외부 인사를 초청해 사라져가는 마을신앙의 풍습을 보여주기로 논의했다. 600년에 가가운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의 상징을 허정분시인은(필자) 여러 편의 시에서 보여주는데

(중략)층층시하 푸른 영화를 누린

늙은 느티나무가 몇 백 년 묵은/

제 속을 다 비우고도 정정하게/

바람의 광기를 받아주는/

능성구씨 집성촌 문중/...중략 (시 한 가계가 에서)

와 같이 묘사하고 있다. 마을 원로 중 이 나무가 고사하는 게 안타까워 2세를 심고자 이 나무의 씨앗을 여러 번 심었으나 이상하게도 몇 해씩 자라다 죽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도로 주변의 나무들이 무성한 지경이다. 또한 마을의 정경을 잘 보여주는 

(중략)...집안 항렬의 높낮이가/ 거북스러운 어머니들은/ 친정이 있는 향리의 이름을 따서/ 새울댁이니 다부리댁 두랭이댁 소목재댁 거무래댁/ 가래울댁 대댕이댁 부개울댁 품담댁 버리앗댁 등/ 자칫 잊을 고향을 앞세워/ 품위를 세우고 속내를 다독이며/ 동구 밖 수령이 몇 세기를 넘은/ 늙은 느티나무를 수호신처럼 아끼고 살았더니라/ (시 벌열미 사람들에서)

와 같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상징인 동시에 위안이기도 하였다. 위 시 두 편은 근래에 느티나무 보호망에 코팅해 걸어 놓았다.   


(2)제례 일시와 제물

 절기상 가장 하늘이 맑다는 10월 상달을 주민들은 고삿 달로 정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직장을 갖고 있는 형편이어서 18일 일요일로 고사 날을 잡고 준비에 들어갔다. 방치되었던 나무 곁에는 낮은 철책을 둘러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기로 했으며 느티나무 둘레에 푸른 상록수를 심고 유래에 대한 표석을 세웠다. 실촌읍에서도 주위에 철쭉을 심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를 설치했다. 또한 원주민보다 더 많은 새로 입주한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방법으로 느티나무에 소원지를 매달기로 하고 느티나무에 비치해 놓았다. 느티나무주변 도로에 현수막을 설치해 알리고 마을반상회까지 하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광주문화원 박광운 향토연구소장님의 자문과 협조로 제례의식에 대한 세밀한 홀기와 의식에 따른 복식까지 제공을 받은 마을에서는 고사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헌관을 정해 몸가짐을 정하게 하도록 했다. 특히 초헌관을 맡은 마을이장 집 대문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과 대문을 닫고 사흘간의 근신을 하도록 했다. 충렬공 문중에서는 마을의 큰 행사인 만큼 소 한 마리를 제공했다. 제례 날을 하루 앞둔 전날 이 마을 신목에 대한 신성한 의식을 위한 한 치의 모자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박광운 소장님과 남재호 문화원 부원장님이 마을을 다녀가셨다. 제례의 절차에 따른 역할을 맡은 주민들이 여러 가지 모르는 방법들을 자문 받고 축문까지 꼼꼼히 짚어가면서 수정해 주신 향토연구소장님은 살아있는 신목에 대한 고사이므로 모든 제물을 날것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수차 말씀 하신 터였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제수용품 구입은 물론 마을주민들과 찾아오실 손님을 위한 음식준비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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